열광금지, 에바로드
간단히 에바로드에 대해
소설인 <열광금지 에바로드>와 다큐멘터리 <에바로드>에 대해서는 구분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다큐영화인 에바로드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겠습니다. 에바로드는 2012년에 박현복, 이종호씨가 ‘에반게리온 글로벌 스탬프랠리’에 도전하고 성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50분정도이고 네이버에서 2000원에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목표는 간단합니다. ‘세계의 4개국에서 개최하는 애니메이션 행사에 참가해 에반게리온 스탬프를 모아오는 것’입니다. 그 4개국은 프랑스, 일본, 미국, 중국이었고 여정에만 1000만원이 들어가는 그야말로 ‘낭비’하는 여행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갖고 있는 힘을 모두 ‘낭비’했죠. 이 <에바로드>라는 아마추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데 힘을 다 쏟아부었습니다. 기준은 간단했고요. ‘우리가 만족할 수 있으면 된다.’ 계속 흔들리는 핸디캠의 앞과 뒤에서 시종일관 그들의 웃음이 배어나왔습니다. 때로는 <에반게리온 : Q>의 내용에 머리를 싸매는 모습에서마저 괴로움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제 그들의 이야기를 글로 번역한 작가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시지요.
<열광금지, 에바로드>
출처 : 구글 이미지 서치
장강명작가는 전작인 <표백>을 통해서 젊은 세대의 막연함을 표현했습니다. 모든 업적들이 전대에 이미 이루어졌기에 체제에 순응하는 것도 반동하는 것도 저항도 표현도 모두 이전세대에 ‘이미 누가 한번 했던’일이기에 목표의식도 뚜렷하지 않고 해야할 일도 분명하지 않은 청년세대들의 고민이 담겨있는 작품이지요. 그리고 장강명작가는 그 답을 우리에게 이번 작품으로 던지고 있습니다. 에바로드에서 돋보이는 부분은 ‘이종현’이 처음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하면서 기자와 대화하는 부분입니다.
「한편으로 그는 <열광금지, 에바로드>가 일종의 ‘자아 찾기 여행’으로 평가받는 일에 대해 무척 불편한 기분을 느꼈는데, 그 이유도 여행에 대해 평소 품고 있던 부정적인 생각 때문이었다. 산티아고에서 순례자의 길을 걸었다거나, 인도를 무전여행을 하고나서 진정한 자아를 발견했다는 유의 에세이들을 보면 ‘돈 낭비 참 여유롭게 하신다.’는 생각만 들었다..........큰 틀에서는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도 저는 거창하게 포장하지 않고 결과물도 만들었죠. 다큐멘터리를 찍겠다고 처음부터 마음먹고 찍고 왔어요.」둘 중에 박현복씨가 했을법한 말입니다. 단순히 이들이 ‘에반게리온 스탬프 랠리’만을 성공했다면 루리웹과 디시 애갤에서 한 번 회자되고 끝났을 겁니다. 박현복씨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만의 다큐멘터리로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여행을 하는 것과 여행기를 쓰는 것은 다릅니다. 그 중에서도 영상으로 여행기를 쓰고 그 여행기를 100분의 1로 압축하는 과정은 또 다르겠지요. 소설에서는 그 과정이 아주 매력적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돈문제로 크라우드 펀딩을 받는 내용, 음악을 녹음하기 위해 근처의 커피숍에서 도와줄 코러스를 급히 부르는 내용은 소년만화의 한 장면이라고 불러도 좋을 법 했습니다. 뒤에서 작가의 글을 읽기 전에는 소설에서 흔히 나오는 우연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극적이었습니다. 이 과정을 거쳐서 나온 결과물, 그 중에서도 <에바로드>와 <열광금지, 에바로드>가 갖는 의미는 남다릅니다. 두 작품은 모두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성취하는 것이 진정으로 삶을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말하니까 어느 신문의 칼럼에서 할 법한 말 같습니다. 하지만 그 의미는 다릅니다. 칼럼에서는 ‘가진 돈에 맞게’만족하면서 사는 것이 그 핵심이라면 이 작품들은 ‘가진 것을 모두 탕진하고 낭비해가면서’ 진정으로 사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1
혹자는 이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표백>의 문제의식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비판합니다. 어째서 성취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청춘들이 성취하는 것이 기껏해봐야 여행기와 애니메이션 그림이냐고 폄하합니다. 하지만 장강명 작가가 시도한 것은 시선의 전환입니다. 역사의 타임라인을 위에서 보면 사건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타임라인을 옆에서 본다면 사건과 사건사이에 숨어있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저마다의 욕망을 갖고 있습니다. 그 욕망을 향해서 아낌없이 낭비하는 삶이 진정으로 중요합니다. 그렇기에 사건이 평가되는 기준은 언제나 개인의 욕망입니다. 그 욕망이 크든지 작든지 상관없습니다. 다른 이의 꿈을 작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의 ‘큰’꿈을 위해 다른 이들을 폄하하고 있지는 않은지, 사소한 부분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진화라는 개념이 발전이라는 말 보다는 적응이라는 개념에 더 어울리듯이, 꿈을 이룬다는 것은 자신과 세상이 맞아떨어지는 한 점을 향해 나아가는 것일 겁니다. 거짓 꿈이 아니라면요. 다른이들의 시선에 밀려 선택한 꿈이 아니라면요.
이들은 또 그들의 작업을 열광금지라고 표현합니다. 정확히는 '모에금지'겠습니다만, 모에화가 되지 않은, 마냥 예뻐보이지 않는 모습에 열광하는 그들의 모습은 재밌습니다. 후에 에반게리온에 대해서 포스팅 할때가 있으면 이에 대해 다시 언급하겠지만, 그들에게 현실적인 것은 에바스러운 것이고 에바스러운 것이 현실적인 것이 아니었을까요. <에반게리온 : Q>의 "가키 신지!"라는 한 마디에 진심을 다해서 분노한 것은 그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진지하게 열광하고 즐기는 그들의 모습이 모두가 원하지만 감히 하지는 못한 일이 아니었을까요? 오래전 놓은 꿈이 있다면 다시 살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에반게리온의 이 말이 이 소설과 영화에 적합할 것 같습니다. 시사인 기사에서 요약하면서 한 번 나온 말이지만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습니다.
출처: 시사인 라이브
세상에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즐거움이 너무 많다.
- 그것도 사람의 수만큼, 많고 그의 관심사만큼 많고 문학의 수만큼 많다.
쓰기위해 <열정금지, 에바로드> 시사인 라이브의 기사, 영화 <에바로드>를 참고 했습니다. 소설은 3시간, 영화는 50분정도 걸리니 참고하시고 즐기셔주십시오.
- 사실 이 부분은 편집할 때, 제대로 처리 못한 편집자의 과가 크다. 처음에는 기자가 이종현을 서술하는 척하다가 갑자기 자신의 감정인척 서술한다거나 ‘무전여행하고나서’식으로 부자연스러운 한국어 처리는 작가와 편집자 둘 다의 과오지만 책임은 3:7정도라고 본다. [본문으로]